모든 일상의 기록


오늘은 내가 꼼꼼한 것인지, 아니면 강박증인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철수는 독서실에서 책상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공부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오른쪽에는 늘 사용하는 샤프와 두 가지 색의 펜이, 가운데에는 오늘 공부 할 교재가 있어야하고 왼쪽에는 연습장이 놓여 있어야 합니다. 그 외의 물건이 하나라도 있다면 신경이 쓰여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철수는 꼼꼼하고 깔끔합니다. 셔츠 단추는 끝까지 잠궈야 하고, 매일 아침마다 샤워를 해야 하며, 아침 일찍 등교하기 전에 방 정리를 다 해야 합니다. 


이처럼 누구나 꼼꼼하고 깔끔한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강박은 한끝 차이입니다. 모두가 조금씩은 갖고 있는 특징이자 취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극단적이면서 그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게 되고, 강박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통제할 수 없고,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겼을 경우에는 장애로 진단하게 됩니다.


강박 장애란 불안증의 하나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예처럼 정리하거나 깔끔한 것을 강박 장애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증상들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청결에 대한 강박입니다. 손이 더러워질까 봐 장갑을 끼고 밥을 먹고,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거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손잡이를 잡지 않거나 벽에 붙어 서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입었던 옷을 세탁하고 몇 시간씩 샤워를 합니다.


두 번째 강박증은 끊임없는 의심과 학인입니다. 문을 제대로 잠궜는지, 가스레인지는 껐는지 의심이 들게 됩니다. 나오기 전에 확인을 했어도 다시 한 번 확인하지 않으면 견디질 못합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가 확인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이 멈추지 않습니다. 야한 생각이나 공격적인 환상과 같이 평소에는 금기시 되는 해서는 안되는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불쾌하고 놀라워 멈추고 싶지만, 억제할수록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억제하기가 힘듭니다.


네 번째는 정확하게 맞추는 것입니다. 줄을 맞추거나 색깔을 맞추고, 각이 맞아야 마음의 안정감이 듭니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불안해지기 때문에 자꾸 맞추느라 시간을 허비해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 번째는 순서에 따른 행동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소변을 본 다음 옷을 갈아입습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본인이 정한 순서대로 입어야 합니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서 식탁까지 가는데 꼭 일곱 발자국 안에 앉아야만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지켜야만 하는 자신만의 의식이 있어 이를 지키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문제는 그 의식이 점점 늘어나고 나중에는 외출할 때까지 몇 시간씩 걸리는 지경까지 갈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모으는 행동을 합니다. 무엇이든 쓸모 있는 것이라 여기며 신문지나, 빈병 등을 모은 뒤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쌓아 놓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집 안에는 생활할 공간조차 남지 않게 됩니다.


이런 증상은 정도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성향일 수 있습니다. 깨끗하게 씻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문을 제대로 잠그고 나왔는지 가끔 걱정도 합니다. 그렇지만 강박 장애 환자들은 정도가 지나친 것이 문제가 됩니다. 무엇보다 강박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본인이 잘 알고 있는데, 통제하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으니 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강박 장애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강박적인 면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러우면 병에 걸리기 쉽고,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으면 도둑이 들 수 있으며,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강박 장애는 인간이 생존하는데 있어서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한 회로가 일찍이 뇌 안에서 발달해 있었던 것입니다. 이 회로가 지나치게 활동하는데, 제어하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됩니다. 강박 장애 환자의 뇌 기능을 연구해 보면 미상핵과 대상속,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들 보다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강박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기능이 사람에 따라 적게 작동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작동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앞에 말씀드렸던 철수 같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더라도 어떨 때는 편하게 흐트러진 채로 지내지만 긴장할 만한 상황이 오면 꼼꼼하게 파악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이처럼 강박적인 면은 한 사람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현재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하더라도 완전히 다르거나 도저히 옆에 둘 수 없거나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호기심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관찰해서는 안됩니다. 강박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은 괴롭고 힘듭니다. 누구든 가지고 있는 성향이 지나치면 증상이 되고 이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들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그 문제로 힘들었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나도 그럴 수 있다고 느끼고 그의 마음과 상태를 경험해 보는 것이 진정한 공감 능력입니다. 공감을 잘하면 깊이 있게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강박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보며 머리로만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익숙해져, 공감하기 보다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쳐다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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