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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은 사실 공식적인 의학 용어는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애정결핍이라는 하나의 개념에는 다양한 정신질환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성격장애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불안정한 대인관계나 반복적인 자기파괴적 행동, 극단적인 정서변화와 충동성을 나타내는 장애입니다. 성인 초기에 시작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며, 버림받음을 피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고 불안정하고 강렬한 대인관계, 자기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한 분명한 개념이 없으며, 만성적인 공허감을 느끼고,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며, 자신에게 손상을 줄 수 있는 충동성을 보입니다. 또한 자해와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애정결핍의 증상 중 하나인 경계선 성격장애는 전체 성격장애에서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심한 감정이나 충동 조절 장애가 있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살률이 높은 성격장애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경계선 성격장애가 어떻게 나타는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영희는 최근에 살아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의 사소한 행동에 열이 받아서 헤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충동적으로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이 반복되고 자책만 늘어 우울해진 나머지 자살 기도를 했습니다.

철수는 군대 동기와 급속도로 친해졌고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한 순간에 그 동기와의 관계를 끊어버렸습니다. 동기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이해하기 전에 경계선이라는 용어를 살펴보면, 환자가 신경증적 증상과 정신증적 증상을 복합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경계선의 정의는 심리학자마다 다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나게 됩니다. 경계선의 네 가지 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선입니다. 심리적 문제를 크게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신경증적 문제는 일상 생활이나 인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정서적 혹은 행동적 측면과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예를 들면 정서적으로 감정기복이 크거나 우울, 공포, 불안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행동적 측면에서 의욕상실, 무기력 또는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하며, 인간 관계에서는 마찰과 갈등을 빚습니다. 이와 다르게 정신증적 문제는 일상 생활에 치명적인 지장을 주게 될 만큼 심각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장애의 특징은 현실인식 능력의 손상입니다. 예를 들면 비행기를 우주선이라고 한다거나 나무를 귀신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을 한다거나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엄숙한 상황에서 박장대소를 한다거나 반대로 사람들이 웃을 때 대성통곡을 하는 경우입니다. 신경증과 정신증적 증상을 모두 가지고 있어 어느 하나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경계선이라는 용법은 현재에는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성격조직으로서의 경계선입니다. 경계선이라는 용어는 정신분석 이론에서 경계선적 성격을 가진 환자들을 설명할 때 적용되었는데 증상은 신경증에도 정신증에도 해당하지 않으나 심각한 성격 병리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정신분석 이론가인 컨버그는 이를 경계선 성격조직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성격조직 환자들의 특징은 불안정한 자기정체성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살 가치가 있는지, 자신이 존재함으로써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이 뚜렷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워하지만 정신증 환자들처럼 망상을 경험하거나 현실을 왜곡해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에 대한 명칭으로서의 경계선입니다. 치료자가 경계선이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하는 것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내담자나 환자들을 경계선 환자라고 명명하는 경우입니다. 치료 시에 내담자나 환자가 치료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명을 경계선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심리치료자가 정신과적 문제를 보이는 환자를 치료할 때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치료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점은 치료자들 사이에서 경계선이라는 용어를 이용하여 진단함으로써 치료의 실패를 환자 탓으로 돌리고 변명이나 자기합리화를 꾀한다는 점입니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은 개인 심리치료지만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 대인관계가 불안정하다는 점이어서 안정적인 치료관계 형성이 어렵습니다. 이들은 치료자의 반응을 자주 오해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며 자살 위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치료자는 애매모호한 답변보다는 명료한 답변을 하고 일관되고 안정적인 지지태도를 보이면서 치료관계 형성에 주력해야 합니다. 


인지행동 치료에서는 먼저 치료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에 내담자의 인지적 오류인 흑백논리적 사고를 다룬다. 우선 흑백논리적 사고를 인식시키고 이러한 사고방식이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뒤, 대안적인 사고방식을 제시하여 현실에서 어떤 것이 더 적합한지 판단하도록 도와줍니다. 마지막 단계는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긍정적인 믿음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만약 경계선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기파괴적 행동이나 자살시도를 한다면 입원치료를 통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동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있습니다. 다른 심리적 장애의 증상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심리적 장애들로는 기분장애와 분열형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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