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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2월 4일, 19살의 패트리샤 허스트는 연인과 은밀한 시간을 즐기던 중에 소총으로 무장한 좌익 과격파인 공생 해방군에 의해 납치되었습니다. 3일 후에 허스트 양을 납치한 공생 해방군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허스트의 가족은 이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두 달 후에 공생 해방군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은행을 습격하며 현금 및 귀중품을 훔쳤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허스트의 무사 귀환을 바라고 있던 가족과 FBI 수사관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은행 CCTV에 찍힌 영상에서 허스트 양이 소총을 들고 은행 직원과 고객들을 당당한 태도로 협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점점 더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한 달 후에 FBI가 이들의 근거지를 급습하여 6명의 공생 해방군 단원을 사살하자, 도망친 허스트는 타냐라는 이름으로 조직의 충성스러운 동지가 되었고, 부모 및 기성 사회를 공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보내왔습니다. 납치 사건이 벌어진 지 1년 반이 지나서야 드디어 허스트는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고 허스트는 다시 태도를 바꾸며 자신은 협박을 당한 것 뿐이고,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변호인단은 그녀가 납치범에게 세뇌되었으며 이는 스톡홀름 증후군 현상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항변했습니다. 이러한 억지 주장에 넘어가지 않은 배심원들은 징역 35년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은 덕인 지 징역살이를 한 지 2년도 안 되어 가석방되었습니다. 허스트는 이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며 평범한 일생을 살았습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자신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공감하거나 연민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는 트라우마적 유대의 일부로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유괴나 납치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지칭하지만,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의 대인 관계 상황에서도 나타나게 됩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주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간헐적으로 괴롭히고 때리고, 위협하고, 학대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 간에 강한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는 경우 폭넓게 사용됩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매우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작용하여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발달하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 이성적 선택이거나 의식적인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설명이 있습니다.


먼저 프로이트적 설명입니다. 성격의 핵심 요소들을 설명한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자아는 위협에 맞닥뜨렸을 때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를 작동시킵니다. 방어 기제는 위협적이고 불쾌한 생각, 감정, 욕망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자기를 방어하고, 이러한 것들을 자각하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방어 기제는 개인이 상처를 입거나 분열되지 않도록 돕습니다.

유괴, 납치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 건강한 자아는 생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의해 모든 종류의 독립성과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 생존에 대한 욕구를 상실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유아기 상태로 회귀하여 음식을 달라고 울거나, 침묵을 지키거나, 극단적인 의존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가해자는 유아기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이를 외부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에게 의존함으로써 생존을 위해 분투하게 됩니다. 이러한 피해자의 동기는 딜레마 상황을 초래한 가해자에 대한 증오를 넘어서는 것일 수 있습니다.


범죄 심리학적 설명입니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피해자가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파괴적인 대우에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반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가해자의 유쾌하거나 불쾌한 반응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데, 이러한 결과로 피해자들은 자기 자신의 감정보다 가해자의 감정에 더 주의를 집중하게 됩니다. 이들은 가해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심리적 특성들을 발달시키도록 동기화되며, 점차 적극성을 잃게 됩니다. 행동하고 결정하고 사고하는 능력 또한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생존을 위해 부정을 하고, 가해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가해자에 대한 호감과 공포, 가해자의 관점 취하기 등의 전략을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몇 가지의 특징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존경심을 보입니다. 구조 시도를 거부합니다. 가해자를 옹호합니다. 가해자를 기쁘게 하고자 노력합니다. 가해자에게 불리한 증언을 회피합니다. 가해자에게서 도망치는 것을 거부합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에 대해 개인의 기질이나 성격 특질만으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증상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형성하는 관계 및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리학뿐만 아니라 협상 연구나 분쟁 연구, 가족 연구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인 현상입니다.

유괴 사건이나 테러 사건에서의 흐톡홀름 증후군은 주로 범죄 심리학자, 경찰, 분쟁 해결 연구자, 협상가 등에 의해 연구되고 있으며,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상황에서 나타나는 스톡홀름 증후군 또는 트라우마적 유대에 대한 연구들은 가족 연구나 청소년 연구, 여성 연구 등의 분야에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주로 임상 심리학자나 사회 심리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피해자가 스톡홀름 증후군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문제 증상이라는 자각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상의 포착과 구체적인 특성 연구 및 치료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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