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리 깨진 유리창 이론, 사소한 배려

인간 심리 중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습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서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입니다. 즉, 일상 생활에서 경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때 처벌하지 않는다면 결국 강력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이론입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익명적 상황은 반사회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자주 지나가던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고 가정을 합시다. 어떤 상점의 창문에 누군가 돌을 던졌는지 유리창이 깨져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도 그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빌딩 주인이나 관리인이 이 건물에 대해 별로 애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마저 돌을 던져 그 유리창을 깬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들지도 모릅니다. 이런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된다면 무법 상태에서 모든 유리창이 깨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 것입니다. 후미진 구석에 멋대로 방치돼 있는 자동차가 형편없이 망가지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입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개념은 범죄 현상을 주로 다루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만든 개념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80년대 중반 뉴욕시는 급속도로 빈민굴처럼 변질됐는데 이는 정부와 경찰이 이를 보면서도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시 길거리는 지저분한 낙서투성이였고 지하철은 위험할 정도로 더러워 범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범죄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과 중산층은 교외로 빠져나가 밤은 물론 낮에도 한적한 거리와 지하철은 가기를 꺼려하는 기피 대상이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 1995년에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디 줄리아니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뉴욕시 정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먼저 뉴욕시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하고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했습니다. 또 지하철 내부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범죄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환경이 전체적으로 더럽다면 사람들은 오물을 쉽게 버립니다. 하지만 주위가 깨끗할 때에는 그러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쉽게 들통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설득력 있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일반 사회 현상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홍보, 고객 서비스, 기업 이미지 등 여러 비즈니스 분야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기업과 상품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기업 경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말 중에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좀 더 학문적인 표현으로 해본다면 환원주의라고 부릅니다. 각 부분에는 전체가 축약돼 있다는 논리입니다. 기업들이 얼핏 보기에는 하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들은 그러한 세세한 것에서 기업의 전체 이미지를 확대 해석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상품 구입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객은 식당의 화장실이 더러우면 그 식당의 주방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주방 또한 더럽다고 짐작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 손님은 식당 출입을 자제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면 전화를 받은 직원이 하는 말을 듣고서 그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낯선 나라에 방문한 외국인은 이동 중에 탄 택시 운전기사의 행동을 보고 그 나라의 전체적 이미지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세세한 것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더구나 한 고객의 조그만 불평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많은 사람에게 퍼지고 조그만 불평에 동조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댓글을 통해 불평의 강도가 훨씬 증폭됩니다. 상품에 하자를 느낀 고객이 회사에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에 대한 직원의 응답이 매우 거만하고 불친절해서 화가 난 고객이 이를 녹음하여 인터넷에 유포시켰다고 생각해 봅시다. 일파만파 퍼진 녹음 내용 때문에 손상된 기업 이미지를 다시 복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한 조직의 총체적인 위기는 조그만 실수와 방치에서 비롯되는 법입니다. 깨진 유리창은 재빨리 고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맥도날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어린이 세트에 더불어 제공되는 장난감의 재고 부족으로 세트 상품을 정상적으로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어린이 세트에 대한 고객들의 민원들이 넘쳐났습니다. 그것을 저리하느라 다른 주문까지 밀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어린이 세트와 상관없는 주문을 한 고객들의 불만까지 폭발하게 되었습니다. 미숙한 고객 대응과 느린 서브시로 맥도날드는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고, 그 이후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겪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계산법이 있습니다. 1+1=2의 결과는 유클리드 계산법에 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에디슨은 1+1=1이라고 했습니다.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를 더하면 서로 엉켜 커다란 물방울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시너지 효과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1+1=3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는 100-1=0입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전체를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다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편으로 사소하지만 사려 깊은 배려를 통해서 두배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인간 심리의 깨진 유리창 이론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가져보았습니다. 사소한 배려를 통하여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도 더 흥미진진한 심리 정보를 가지고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