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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꿈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에서 꿈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왕도라며 처음으로 꿈의 내용을 바탕으로 억압된 무의식을 탐구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프로이트라도 처음 만나는 사람이 무작정 말하는 꿈을 듣고 무의식을 읽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꿈에 나오는 몇몇 물건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정신 분석에서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징보다 꿈에 나오는 물건들의 개인적인 의미를 더욱 중요하게 여깁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적 충동, 꿈을 꾸는 시점에 처한 환경적 요인과 전날 일어난 일 그리고 밤에 자면서 경험하는 신체적 자극 등이 취합되어 하나의 꿈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파편적이던 내용이 적합한 상징으로 잘 포장되어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2차 가공 과정을 거쳐 다음 날 기억할 수 있는 꿈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심스레 해체하여 거슬러 올라가면 꿈을 해석할 수 있고 그 목적지는 바로 진정한 무의식의 세계가 됩니다. 꿈을 해석하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정신 분석이 존재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꿈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먼 옛날에는 신이 내린 신탁과 같은 예언이라고 여겼습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꿈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것도 꿈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도 꿈과 관련된 설화가 있습니다. 김유신의 첫째 여동생인 보희는 남산이 오줌에 잠기는 꿈을 꾸고 망측하게 여기지만 둘째 여동생 문희가 상서롭게 여겨 그 꿈을 언니에게 산 후 김춘추의 왕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소 꾸지 않던 꿈을 꾸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다.


정신 분석에서 갈라진 융의 분석 심리학에서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보다 꿈을 더 중요시합니다. 분석 심리학적 정신 분석에서는 꿈이 집단 무의식에 표현이며, 미래를 예측하여 미리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꿈을 꾸고 해석합니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에서는 꿈에 나오는 상징이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꿈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무엇이 떠오르는지 묻습니다. 이에 반해 분석 심리학에서는 꿈에 나오는 물체가 집단 무의식을 반영하는 보편적인 상징일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단어의 의미를 수록한 상징 사전도 참고합니다. 똑같은 꿈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화 패밀리 맨은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냉혹한 은행가인 주인공은 크리스마스 전날까지도 직원들을 다그쳐 대기업 인수 합병을 지휘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깨어나 보니 전혀 다른 곳에 있었고 뉴저지의 평범한 중고차 가게의 매니저로 일하며 대학 동창과 결혼하여 재미없고 지루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삶이 못 견딜만큼 싫었지만 가정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 난 후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옛사랑을 찾습니다. 영화와 소설은 주인공이 꿈을 통해 큰 교훈을 얻고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인간은 바뀌기가 쉽지 않고 꿈만큼 쉬운 충격 요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앞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꾼 꿈은 악몽이었을 지, 좋은 꿈이었을 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꿈의 해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이왕이면 악몽보다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악몽이 현실로 변할 때의 두려움을 보여 줍니다. 연일 악몽에 시달리던 티나는 꿈속에서 보던 괴물에게 처참히 살해당하고 맙니다. 낸시는 자신의 꿈에도 살인마 프레디가 나오는 것을 알고는 잠을 자지 않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이 영화가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악몽을 싫어하고 악몽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원초적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악몽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반복되는 꿈을 찬찬히 생각해 보면 지금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알 수 있습니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마음은 그리 편치 않은 상태임을 인정하라고 무의식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입니다. 무서운 꿈을 기억하지 않기 위해 깊이 잠자려고 노력하지만 꿈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1964년 1월 어느 날 아침 비틀즈의 멤버인 매카트니는 호텔에서 꿈을 꿨습니다. 현악 앙상블을 들었는데 너무 생생해서 멜로디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바로 잠에서 깨어 멜로디를 연주해 보고는 아름다운 선율에 감탄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선가 들은 것이겠지라고 생각하여 3주 동안이나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혹시 이 노래를 들어 본 적 있냐고 묻고 다녔습니다. 모두가 처음 들어 본다고 말하자 그제서야 그는 그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곡을 완성하게 됩니다. 그 곡은 바로 비틀즈의 명곡 예스터데이입니다. 화학자인 케쿨레의 꿈 이야기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벤젠의 분자 구조를 오랫동안 고민하고도 답을 찾을 수 없던 케쿨레는 난롯가에서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뱀이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도는 꿈을 꾸고는 직관적으로 육각형 형태의 벤젠 고리를 떠올렸습니다.


꿈을 꿀 때만은 이성적 논리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기존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과 원래의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농축된 지식이 만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꿈은 준비된 자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꿈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꿈을 기억하지 못할 뿐입니다. 꿈의 의미가 무엇인지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꿈이 없다면 삶은 너무 재미없을 것입니다. 꿈을 꾸기 때문에 희망을 꿈꾸고 더 나은 앞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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